드라마 '판사 이한영' 1화는 법정 드라마의 전형적인 구도를 완전히 뒤집는 시작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정의로운 판결과 통쾌한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부패와 타협으로 얼룩진 '적폐 판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2035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한영의 과거 10년을 되짚는 이번 1화는 회귀라는 판타지 요소를 통해 법과 정의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적폐 판사 이한영의 민낯과 고진 화학 사건
드라마는 2035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이한영의 모습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해날로펌 대표 유선철의 사위이자, 권력과 돈 앞에서 판결을 왜곡하는 전형적인 적폐 판사였습니다. 이한영이 재판장을 맡은 고진 화학 산업재해 손해배상 소송은 이미 9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백혈병에 걸린 대형 산업재해 사건이었습니다. 원고 한나영은 급성 백혈병과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한영은 원고의 청구를 전면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고진 화학 대표의 의뢰를 받은 유선철은 이 사건을 사위인 이한영에게 맡겼고, 이한영은 장인의 지시대로 움직였습니다. 유선철은 형식적으로라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라 지시했지만, 이한영은 고진 화학으로부터 추가 비용 3억 원을 받고 전면 기각 판결을 선택합니다. 이는 단순히 부당한 판결을 넘어서,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을 돈으로 거래한 범죄 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재판 결과에 절망한 한나영은 결국 병원 옥상에서 투신하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이한영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공정한 재판이었는지 묻지만 이한영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홀로 한나영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아들의 잘못을 사죄했고, 귀가하던 중 천식 발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판사인데 정의롭지 않다는 것, 이것이 1화가 던지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였습니다. 보통 법정 드라마에서는 판사가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이한영은 정반대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회귀 설정이 주는 형벌 같은 무게감
이한영은 에스그룹 재판에서 마지막으로 양심적인 판결을 내린 뒤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고 피고인석에 앉게 됩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김진아는 에스그룹과 에스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중 공공 횡령과 비자금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위기를 느낀 에스그룹 회장 장태식은 대법원장 강신진을 찾아갔고, 강신진은 이 사건을 유선철에게 맡겼습니다. 유선철은 이한영을 불러 장태식을 소개했고, 바로 그때 이한영은 어머니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결국 어머니는 사망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깊은 죄책감을 느낀 이한영은 더 이상 멀리 가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강신진 대법원장은 이한영을 형사합의부로 전보시켰고, 김진아 검사는 이한영의 과거와 배경을 조사하기 시작하며 직접 그를 찾아가 에스그룹 재판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한영은 에스그룹 재판을 앞두고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유선철은 에스그룹 사건만 마무리하라며 최종 판결문을 건넸습니다. 이한영은 저와 해날로펌의 거래는 여기까지라며 이를 거절했고, 아내 유세희에게도 이혼을 선언했습니다.
재판에서 김진아 검사는 장태식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20억 원을 구형했지만, 이한영은 징역 10년과 벌금 24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양심적 판결의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검사는 이한영을 공범을 살해하고 협박했다며 기소했고, 이한영은 법정에서 "나는 무죄다"라고 소리치며 1화가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10년 전 과거, 자신이 아직 타락하기 전인 '김상진 사건'을 맡게 된 때로 회귀하게 됩니다.
회귀가 기회가 아니라 형벌처럼 느껴진 이유는 명확합니다. 일반적으로 회귀물은 과거를 바로잡고 성공하는 전개가 대부분이지만, '판사 이한영'에서는 회귀가 일종의 형벌처럼 다가옵니다. 이미 어떤 판결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아는 상황에서 다시 같은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입니다. 과거를 고치는 것이 곧 누군가의 삶에 다시 개입하는 일이란 걸 알고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한영의 모습은, '정의'라는 단어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의의 무게와 드라마의 한계
판사 이한영 1화에서는 10년 동안 해날로펌의 머슴처럼 살아온 이한영의 과거가 적나라하게 그려졌습니다. 회귀 이전 이한영이 어떤 선택을 하며 적폐 판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과정이 공개됐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았지만, 주인공 서사가 지나치게 길었고 이야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연출도 긴장감이 부족했고 대본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회귀 설정을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 성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의 선택이 가져온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인물의 고뇌를 담아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한영이 과거를 고치는 것이 곧 누군가의 삶에 다시 개입하는 일이란 걸 알고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는 정의라는 가치가 얼마나 복잡하고 무거운 책임을 동반하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